올 상반기 말 도축 876마리 … "어느 해보다 도축 속도 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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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9.01. 오후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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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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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본부 "7월 기준 도축 수 최다 수준 넘어"
전문가들 "종합적인 말 복지 시스템 필요해"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충남 부여시에서 방치된 말들을 구조했다. 말들은 비쩍 마른 상태였고, 엉덩이에 상처가 난 말도 있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올 상반기 국내에서 도축된 말이 역대 최다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최근 공개한 말 도축실적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도축된 말의 수는 876마리다. 이는 역대 최다 도축을 기록한 2019년 7월 기준 764마리보다 많은 규모다.

검역본부가 축산물안전관리시스템을 도입한 2004년 한 해 429마리 수준이던 말 도축 수는 2006년 800마리대로 늘었고, 2014년 1,031마리를 기록하며 1,000마리를 넘어섰다. 2016년 이후 매해 1,200마리대를 유지하다 2019년 1,346마리로 역대 최다 도축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1,143마리로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1,270마리로 늘었다. 통계에는 퇴역 경주마, 승용마 등이 포함되어 있지만 구분되어 있지 않다.

동물자유연대는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당시 말의 발목에 와이어를 묶고 강제로 넘어뜨린 영상을 공개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2019년 제주도 내 경주마 실태 폭로에 참여했던 필립 샤인 페타(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려는 사람들·PETA) 정책부서 수석 연구이사는 한국일보에 "올해 7월 기준 도축 수만 봐도 역대 어느 해보다 도축 속도가 빠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말 이력제 도입 등 종합적인 말 복지체계를 구축하는 게 더욱 시급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말의 지나친 번식과 수입으로 '잉여' 말들이 발생하면서 번식과 도축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경주마들이 벌어들인 상금의 3%(약 50억 원)를 퇴역마 관리 프로그램 지원에 써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필립 샤인 페타 정책부서 수석연구이사가 올해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퇴역 경주마 복지체계 구축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영상으로 발언하고 있다. 고은경 기자


최근 국내 말 산업 관리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도 있었다. 동물자유연대와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은 지난달 21일 충남 부여시에서 아사 직전의 퇴역 경주마와 승용마 한 마리씩을 구조해 제주의 말 생크추어리(보호시설)로 옮겼다. 말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말산업정보포털에 따르면 퇴역 경주마 A(17세 추정)는 전남의 한 승마장 소유로, 승용마 B(20세 이상 추정)는 폐사 신고가 되어 있다.

말들을 현장에 데려온 건강원 주인, 도축업자에 따르면 버려진 말들은 약재나 반려동물 사료로 활용되고 있었다. 정진아 동자연 사회변화팀장은 "현행법상 말 이력 관리가 마주의 신고에만 의존하고 강제성이 없어 발생한 문제"라며 "정부는 말산업 육성만 할 것이 아니라 말 복지체계 구축부터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동자연은 새로운 삶을 기념해 두 마리 말에게 이름을 지어주기로 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이름을 공모 중이다.

제주의 생크추어리로 옮겨진 말 두 마리.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 1월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현장에서 무리한 촬영으로 사망한 말 ‘마리아주’(예명 까미) 사태 이후 퇴역 경주마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동물단체들은 토론회를 개최하고 정부에 말 복지 수준 제고를 요구했지만 아직 진전은 없다.

동물단체들은 △말 등록제 및 이력제 도입 △말 보호시설 조성 △과잉 생산방지를 위한 생산 두수 조절 △말 식용 및 사료화 금지 △말 복지기금 조성 등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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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애니로그' 뉴스레터와 칼럼 '반려배려', 유기동물 입양코너인 '가족이 되어주세요'를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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